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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와 쿠마 영화 후기 : 미국식 하드코어 도덕 교육

by ❖✦✧❖ 2023. 1. 4.

남의 나라에 가서 산다는건 쉽지 않은 문제다. 표면적으로 다문화 사회, 이민 사회라고 선전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어디나 기득권 집단이 있고 주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외부인이 터를 잡고 편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소수 민족의 어려움을 영화 "해롤드와 쿠마"가 아주 말도 안되게 웃기는 코미디로 담아냈다. 미국 영화이면서도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상당히 놀라운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2004년에 개봉되었던 작품이고 한국계 미국인 존 조(극중 해롤드 리)와 인도계 미국인 칼 펜(극중 쿠마)이 주인공이다.

 

해롤드와쿠마-포스터
해롤드와쿠마-포스터

 

미국 사회에서 소수 민족이자 함께 사는 한국인과 인도인 두 친구는 여느 때처럼 집에서 약을 빨며 소수 인종으로서의 스트레스를 풀던 중, 환상적으로 맛있어 보이는 TV 광고에 이끌려서 햄버거 가게 '화이트캐슬'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햄버거집은 가까이 있음에도 찾기 쉽지 않고, 뜻하지 않게 둘은 계속되는 모험에 휩쓸려서 편견과 차별 가득한 미국 사회 전반을 격렬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인간에 대한 그런 시선은 좋지 않은 것임을 감독은 과장과 폭소를 통해 교육하고 있다.

 

 

백인 아니면 살기 힘들어

한국계 해롤드와 인도계 쿠마는 엄밀히 미국 시민권자이고 굉장히 똑똑하다. 둘은 함께 같은 아파트에서 지낸다. 해롤드는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깔끔 떨고 여성스러운 전형적인 아시아 모범생이다.

 

백인 친구들은 대놓고 자신들의 일을 해롤드에게 전가하고 해롤드는 반항도 못하고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처지다. 좋아하는 같은 아파트 여자에게 말도 못 붙이고 심지어 흑인 경비원도 동양인 해롤드를 무시한다. 그런 그의 유일한 낙은 집에서 쿠마와 함께 대마초를 피우는 일이다.

 

함께 사는 인도계 쿠마는 한량처럼 집에서 논다. 너무나 똑똑해서 의대에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을 실력이지만 그는 대마초를 피우면서 소일하는게 더 좋다. 쿠마 역시 해롤드와 대마초 파티를 하는게 삶의 유일한 낙이다.

 

쿠마는 사고를 불러오는 천방지축에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소심하고 규범적인 해롤드와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에, 소수자일 뿐이다. 그래서 둘은 일상적으로 질 낮은 미국 백인들로부터 조롱당하고 무시당한다.

 

이렇게 소수자 스트레스로 팍팍하게 미국 생활을 하는 두 친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마초를 피우며 TV를 보는데 '화이트캐슬'이라는 햄버거 광고를 보게 된다.

 

약에 취해서 환상적인 맛으로 보였는지 그 햄버거 가게를 찾기 위해 둘은 정신 없이 차를 몰고 달려가지만 곳 곳에 장애물만 가득하고 정작 가게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영화는 해롤드와 쿠마의 화이트캐슬 찾기 모험이라는 뼈대로 이루어져있다. 모험 도중에 해롤드와 쿠마가 만나는 다양하고 전형적인 미국 백인들을 소수자인 그들과 대비시키면서 인종차별은 우스운 것임을 코믹하게 가르치고 있다.

 

 
미국식 하드코어 도덕 교육

백인 감독과 각본가가 만든 영화인데도 "해롤드와 쿠마"는 미국 백인들이 소수인종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감독은 백인들의 행동을 과장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묘사해서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꼰대스럽지 않게 인종차별 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영화 속 백인들의 시각은 완전히 전형적이고, 아무렇지 않게 유색인종들을 무시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해롤드는 물티슈로 자주 손을 닦아야 할 정도로 지나치게 깔끔 떨고 주차도 위태롭게 하는 여성적인 아시아 남자로 그려진다.

 

이에 반해 젊은 미국 백인 남자들은 엄청나게 큰 트럭을 시끌벅적하게 운전하고 다니며 밤마다 인도계 편의점에 가서 주인을 괴롭히고 물건들을 헝클어 뜨린다.

 

해롤드는 붉은 신호등일 때 발을 살짝만 앞으로 댔는데도 기다렸다는듯이 백인 경찰이 그를 딱지 끊고 감옥에 넣어버린다. 해롤드가 감옥에 갔더니 흑인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들에 의해 체포되어 있다.

 

이렇게 전형적인 백인들의 편견을 과장되게 보여준 후 영화 마지막에서 시원하게 매듭을 짓고 있다. 해롤드에게 본인들 일을 시켰던 백인들은 화이트캐슬 버거를 먹고 힘이 난 해롤드에게 논리적인 역공을 당하고 꼼짝 못하게 된다. 짝사랑하던 여자와도 해롤드는 진전을 이룬다. 

 

인도계 아저씨의 편의점에서 횡포를 부렸던 백인 불량배들은 체포되었다. 흑인들을 괴롭히던 백인 경찰들도 체포되었다. 미국적이고 하드코어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권선징악이라는 도덕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웃겨서 숨 넘어가는 영화

아무 생각 없이 보아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가 "해롤드와 쿠마"이다. 나는 1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못 생긴 기독교인과 그 부인 장면은 정말 충격적으로 재밌었다.

 

못 생겼지만 해롤드 차의 펑크난 타이어를 고쳐주는 백인 아저씨와 그 부인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지만 4명이서 즐겨보자고 강권하는 변태들이었다.

 

너구리가 몰래 해롤드의 자동차에 숨어들어와서 그를 물어뜯고 광견병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는 장면이나, 쿠마가 총 맞은 사람을 의사로 잠입해 치료한 장면, 프린스턴 여학생들의 똥 싸기 배틀은 배꼽을 빠지게 할 것이다.

 

대마초 피우는 치타와 그를 말처럼 타고 다니는 해롤드와 쿠마도 볼 수 있다. 울적할 때나 보다 많이 웃고 싶을 때 재미로 한 번 보셔도 후회 없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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