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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 영화 후기 : 소통은 가능한걸까

by ❖✦✧❖ 2023. 1. 2.

홍상수 하면 김민희가 먼저 떠오르기는 한데 계속 그런 식으로 한 사람을 몰아가봤자 얻는 것이 없다고 본다. 감독 따로 작품 따로 보고, 배울건 배우고 즐길건 즐기면 되는거다. 호불호를 떠나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홍상수는 평가할 만한 감독이라고 생각된다.

 

매 번 비슷한 것만 내놓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고 보는 사람은 본다. 좋은지 나쁜지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거 아닐까 싶다.

 

이번에 소개하는 "다른 나라에서"라는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이 홍상수 감독의 머릿속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상상으로나마 일탈을 꿈꾸는 감독의 심정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다른나라에서-포스터
다른나라에서-포스터

 

남녀관계는 언제나 기본적인 불신이 바탕이고, 유치한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라는 감독의 발상이 이 영화에서도 많은 유머와 함께 드러난다.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소통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스꽝스러운 반응들이 큰 재미를 준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In Another Country)는 2012년 개봉되었던 작품으로 프랑스 출신의 관록 있는 여배우 '이자벨 위뻬르'가 극 중에서 세 명의 '안느'를 연기한다.

 

영화학도 정유미와 그녀의 모친 윤여정은 빚에 쫓겨서 모항이라는 시골 해변 마을로 도망온다. 딸 정유미는 불안정한 마음을 달랠 겸 안느라는 프랑스 여자가 한국에 와서 여행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 안느 이야기가 본 영화의 내용이다.


 

주인공 '안느'를 맡은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뻬르는 3명의 안느를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수수한듯 하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젊어보인다. 촬영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는 '니체'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첫 번째 안느는 영화 감독, 두 번째 안느는 문성근하고 바람난 유부녀, 세 번째 안느는 한국인 내연녀로부터 남편을 빼앗긴 유부녀였다.

 

안느가 문성근과 비밀 데이트를 즐기던 중 젊고 몸 좋은 안전요원 유준상과 실 없는 대화를 잠시 하자, 문성근이 폭풍 같은 질투로 왜 젊은 놈과 오래 이야기 했느냐며 안느와 유치하게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유준상의 노래 실력과 뜬금 없는 도올 김용옥의 까메오 출연도 구경할 수 있다. 김용옥은 스님으로 나오는데 남편한테 버림 받은 안느에게 상담을 해준다. 상담 결과는 절에서 소일 하는 사람이 현실에 대해 뭘 아느냐는 따가운 핀잔이었다. ㅋ


 

홍상수 감독은 남녀관계를 유치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데 있어서 전문가이다. 그의 영화는 항상 불륜이 나온다.

 

첫 번째 안느와 예전의 남자 친구 권해효는 펜션 앞에서 지난 로맨스를 뜬금 없이 추억한다. 권해효는 만삭의 아내가 펜션 안에서 쉬고 있지만 아랑곳 않고 안느에게 자신과 키스 한 번 더 하자고 태연하게 요구한다. 물론 안느가 거절했다.

 

두 번째 안느는 유부녀로서 문성근과 밀회를 즐기다가 안전요원이랑 길게 대화했다는 이유로 문성근에게 폭풍 질투를 당한다. 아이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둘의 대화에 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혼이라는 기존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존중하는게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문제가 있는 제도가 결혼이다.

 

그래서 감독의 의도처럼 나 또한 영화를 보며 결혼에 문제 제기를 하게된다. 불안정하고 유치하더라도 재미를 추구하는 남녀관계가 안정적이지만 재미 없는 결혼 제도보다 우리 인간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가 좀 더 즐거운 쪽으로 진화해야 한다. 공격적이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문제의식을 집어넣은 감독의 연출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확신을 점점 갖게된다. 다른 많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마스크는 너무 웃기다. 한국처럼 이렇게 마스크를 사랑하는 나라와 국민이 또 없는 것 같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인간은 산소를 마시고 살아야 하는데 본인이 뱉은 더러운 이산화탄소를 마스크를 써서 마시고 또 마시고 있다. 마스크 썼을 때 얻는 장점은 침 안튀는 것 빼고는 하나도 없다. 마스크는 종교가 되어서 단점 이야기 자체를 꺼낼 수가 없다.

 

홍상수 감독의 이 영화도 소통을 다루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언어도 문화도 다른데, 사람들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는 영화다.

 

이국적인 프랑스 여인 안느에게 한국인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때로는 열렬한 환영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딱히 소통이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자주 안 통하거나, 왜곡되거나, 질투가 생기거나, 오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 불통을 해결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포용이 생겨난다. 그래서 소통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안되는걸 알면서도 소통을 해보려는 과정이 소통보다 훨씬 아름다운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소통은 인간성을 높이는 위대한 행위이며, 계속해서 시도할 고귀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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