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대단히 우중충하고 먼지가 많았던 날에 교대역에 갈 일이 있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는데 적당한 곳을 찾다가 처음 보는 카페 건물이 눈에 띄었다.
솔직히 나는 좀 짜증이 나서 안들어가고 싶었는데 새로 생긴 카페인 것 같다며 주변 분들이 한 번 경험해보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들어가기 싫었냐면 카페 이름이 '위키드 블랙'(wicked black)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의미가 있는데 대체로 사악한, 악마적인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축구도 붉은'악마' 애들이 응원하는거 꼴 보기 싫어 죽겠는데 왜 이렇게 한국인들은 악마를 좋아하는지 도무지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카페도 무슨 악마의 커피, 악마의 유혹 이런게 요즘 많던데 좋은 말 놔두고 왜 이 따위 악마 유행을 만들고 열광하는지, 만드는 사람이나 추종하는 사람이나, 가슴이 참 답답해진다.
아무튼 별 수 없이 나도 따라 들어갔는데 카페는 그럴싸하게 생겼다. 외부와 내부는 빈티지한 느낌이 나고 세련되게 보였다.
카페의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마호가니와 그레이, 브라운 계열 색상의 인테리어 조합이 고풍스럽고 엔티크해 보였으며 동시에 젊은 감각도 유지하고 있었다. 신구의 절묘한 조화였다.
히터는 세게 틀어주시진 않았지만 장소가 충분히 넓어서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시간 때우기에 괜찮아 보였다.
조명이 은은하게 내리쬐고 있어서 소파 쪽에 앉아있으면 사진이 포토샵 떡칠 안해도 그럴싸하게 잘 나온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화장실 열쇠가 정사각형으로 엄청나게 커서 재밌었다. 나쁜 놈들 두들겨 패기 좋아보였다.
위치
위치는 교대역 4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좌회전 하면 카페위키드블랙 건물이 보인다. 아마 못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로 교대역에서 가깝다. 걸어서 1분도 안걸린다.
영업시간 & 메뉴 & 가격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운영한다. 밤 10시까지 한다고 해서 그 때까지 주문을 받는건 아니고 21시 30분 주문이 마감이라고 한다.
퇴근 준비하는 직원들 붙잡고 괜히 실랑이 벌이지 말고 시간 잘 참고하시기 바란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한다. 코로나 때문인지 완전한 비대면이다. 직원과 손님은 서로 한 마디도 안해도 되고 얼굴 한 번 안쳐다봐도 된다.
그 점은 서로에게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메뉴는 다른 카페와 똑같다. 디카페인도 있고 차도 있고 케잌 종류도 있다. 가격은 고급 카페처럼 비싸지 않고 적당하게 느껴졌다.
여기 아메리카노는 3,500원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합리적인 소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커피 종류와 차, 케익을 시켜보았는데 솔직히 맛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커피도 별로 진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한 커피 매니아라거나 커피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여기가 맘에 안들 수도 있다.
다만 적당한 가격에 분위기 괜찮고 시간 때우기 좋은 장소를 찾고 있다면 심심한 맛 정도는 넘어가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랬는데 다른 분들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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