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감독이 10년 만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들고 왔습니다. 거장의 작품은 무조건 봐야죠. 일본에서는 7월에 이미 개봉했고 한국은 10월 25일 개봉입니다.
마지막 영화가 될까봐 작가주의의 극단으로 가 본 것일까요? 평가에 호불호가 갈리네요. 메시지 해석도 좋지만 요즘 보기 힘든 명작 애니의 한 컷 한 컷을 느껴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글에서 영화의 한국 개봉일과 후기를 정리해드립니다.
한국 개봉일
일본에서만 제일 먼저 개봉되었습니다.
한국은 10월 25일 개봉했습니다.
https://twitter.com/DaewonMovie/status/1704661726900244797
일본 대중들의 평가를 보면 난해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반면에 평론가들은 엄청나게 좋아하네요.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정보 및 줄거리
영화는 2023년 7월 14일에 일본에서만 개봉되었습니다. 여러번 은퇴를 번복했던 이력이 있었죠. 10년 만의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입니다. 80대 초반이 되셨네요.
별다른 홍보도 안하고 왜가리 포스터 하나만으로 개봉했습니다. 뭐,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의 미야자키 하야오 컴백 만으로도 화제가 되니까요.
1937년에 나온 아동문학가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만, 그냥 감독 자신의 재창작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은 아일랜드 판타지 동화 소설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봐야합니다. 시공간을 왔다갔다 하는 컨셉이 똑같습니다.
줄거리의 배경은 이번에도 태평양 전쟁입니다. 정확히는 2차 대전이 터진 일본의 1943년이구요. 주인공 소년 '마히토'가 전쟁 통에서 성장해 가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작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이 부유한 집안 출신이고 아버지는 미야자키 항공의 공장장이었기 때문에 피난을 가야했던 점을 제외하면 어려움 없이 자랐죠. 전쟁은 배경일 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판타지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미야자키에 따르면 소년을 통해서 인간이 가진 복잡하고 어두운 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들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나는 보는데, 그렇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볼 셈인가'라는 감독의 물음이 진하게 전해집니다.
장면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난해한 해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네요. 팬이라면 진수성찬처럼 느껴지겠지만.
이야기를 따라 영화가 전개되는게 아니라 미야자키의 과거작들과 인생관을 상징하는 온갖 이미지들이 정신 없이 이어집니다. 미야자키의 뇌 구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 영화는 미야자키의 고별전이자 팬들을 위한 감독판으로 많이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은퇴작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듯 해요. 자서전처럼 지난 작품들이 오마쥬되고 있고, 주인공과 할아버지 등 캐릭터와 상징물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 또는 지브리의 황혼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016년부터 7년간 이 애니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엄청나죠. 그만큼 작화 프레임 전환의 부드러움이 영화급 레벨입니다.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하나 더 할 수 있을까요? 힘들 것 같네요.
후기
후기를 모아서 재구성해드리겠습니다.
지브리의 완결판
일본에서 보았는데 기존의 지브리 작품이 오마쥬 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센과 치히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가 합쳐진 애니 같았어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좋아하는 컨셉도 여전했구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터널, 말하는 동물, 바람에 나부끼는 종이, 액체괴물...
지브리 특유의 생생하고 기괴한 묘사들, 생물의 영험함, 알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 언제나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지브리만의 신기한 감성이 살아있습니다.
마치 그동안의 지브리 작품들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나로 합쳐놓은 것 같기도 해요. 작화도 정말 예술이고 좋아요. 영화가 살아있는 느낌이 아직도 있어요. 이런게 미야자키만 할 수 있는거죠.
애니가 아니라 작품이에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지브리 스투디오를 매일 보고 자란 일본인입니다. 사전 공부 하지 마시고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주인공이 가족과 갈등을 겪고,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감정을 느꼈어요.
그냥 작품으로 봐주세요. 그러면 한국 분들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친절한 작품
7월 개봉 당일에 일본에서 봤어요. 제 지인 일본인들 반응도 완전 극과극이었어요. ㅋㅋㅋ 스토리가 난해하긴 해요. 기괴하면서 매력적인 일본스러움이랄까요.
스토리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무리 예술적 장치를 넣었다고 해도 매개물 같은 떡밥을 줘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어요.
이야기가 마구 뒤죽박죽이고 전개도 빠르다보니 설득이 안되고 감정이입도 잘 안되는 면이 있습니다. 못 알아듣게 만드는게 예술이라면 할 말 없네요.
본인 스스로도 이 작품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대중성은 포기한 채 작품성으로 밀어붙인 느낌입니다. 거장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본인 작품을 인용해서 영화로 만든 것 같습니다.
확실히 대중성 보다는 뭔가 시대적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감독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거 내 맘대로 다해보겠다고 작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냥 좋은 영화 좋아하고 싫은 영화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불친절한 것도 예술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어중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메세지를 굳이 찾으려 하기 보다는 작품 자체를 편하게 본다면 모든 장면이 볼거리에요.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감성은 최고로 진한 것 같아요. 아마 그런걸 좋아하는 분들에겐 최종판이 될 듯. 반대로 말하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감독 마음대로 한 작품이니까요. 아마 그래서 홍보도 안한걸지도...?
특유의 미친 감성
그냥 미야자키 작화 하나만 보고도 지려요.
예전 느낌 그대로에요. 진짜 대단해요. 미야자키 감독은 우주의 진리를 아시는 듯.
연출이나 배경, 감성 자체가 좋아요.
앞으로는 저런 90년대 풍 작화는 인건비도 그렇고, 인권 문제도 그렇고 다시 못나오겠죠.
톨킨이랑 동급으로 봅니다. 동시대에 우리가 사니까 잘 모르는거겠죠.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를 구경하러 가는겁니다. 단지 그런겁니다. 그걸로도 극장값 내기에 충분합니다. 같은 시대에 살아서 영광이었습니다. 미리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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